🐬 상괭이 보호법? 해양 포유류가 사라진 바다
혼획과 해양 오염에 희생되는 멸종위기 해양 포유류, 우리가 외면한 고래 이야기
🔎 서론: 조용히 사라지는 바다의 목소리
“우리 바다에도 고래가 산다.” 이 문장을 들었을 때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상괭이’ 때문이다.
상괭이는 북태평양 서부 해역, 특히 대한민국 서해·남해·제주 인근 연안에 서식하는 돌고래과 해양 포유류다. 귀엽고 둥근 외형으로 ‘무주둥이돌고래’라 불리며, 행동이 조용하고 낯을 가리는 특성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그 존재조차 낯설다. 하지만 이 해양 생물은 지금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바다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침묵 중이다.
1. 상괭이의 생태적 특징
상괭이(Neophocaena asiaeorientalis)는 국내 유일의 토종 고래류 중 하나로, 길이 약 1.5m, 체중 약 50kg에 불과한 소형 해양 포유류이다.
주로 2~3마리 소규모 무리를 이루며 얕은 바다에서 살아간다.
일반적인 돌고래와 달리 길게 튀어나온 주둥이가 없고, 부드러운 눈매와 둥근 머리가 특징이다.
상괭이는 음파탐지(에코로케이션) 능력을 사용해 어두운 바다 속에서 방향을 잡고, 멸치·오징어 같은 소형 어류를 먹이로 삼는다.
번식기는 보통 5월~8월, 임신 기간은 약 10~11개월이다.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기 때문에 번식률이 낮고 개체수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한계도 갖고 있다.
2. 상괭이 멸종 위기의 원인
2-1. 혼획: 인간의 그물에 잡혀 죽는 고래
가장 큰 위협은 **혼획(bycatch)**이다.
상괭이는 수면에서 호흡을 해야 하는 포유류지만, 조업 중 어민들이 설치한 자망에 얽히면 질식사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00~400마리 이상이 어업 그물에 걸려 폐사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만 그렇다.
해양수산부는 혼획 방지를 위해 PINGER(소리로 고래를 회피시키는 장치) 설치를 권고하고 있으나,
보급률은 20%도 되지 않으며 강제조항도 없다.
2-2. 해양 소음과 방향 감각 혼란
해양 구조물 설치, 해상풍력 개발, 선박 왕래, 군사 훈련 등에서 발생하는 수중 소음은 상괭이의 방향 감각을 마비시킨다.
에코로케이션 능력을 통해 살아가는 상괭이는 소리에 의존하는 생물이다.
그러나 소음공해로 인해 먹이를 찾지 못하거나, 해상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권의 침해이다.
2-3. 서식지 파괴: 매립과 항만 개발의 그림자
상괭이는 얕고 조용한 연안 바다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 구역은 매립과 해양개발의 1순위이기도 하다.
인천 송도, 제주 남방 해역, 보령 연안 등의 상괭이 서식지는 최근 항만시설 개발, LNG 저장소 건설, 선박 왕래 증가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
해양 생태계는 연쇄적이다. 서식지가 파괴되면, 그 지역의 먹이사슬 구조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2-4. 해양 쓰레기와 유령어업
플라스틱 쓰레기와 폐어구에 의한 피해도 무시할 수 없다.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 불리는 버려진 어구에 의한 생물 사망 사례는 상괭이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위장에서 비닐과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 사례도 존재하며,
특히 어린 상괭이 개체에서 폐어구 감김으로 인한 질식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3. 국내외 상괭이 보호 정책
3-1. 한국의 상괭이 보호법
상괭이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포획, 유통, 사육, 해체 등 모든 형태의 이용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보호종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이다.
현재 혼획 방지를 위한 제도는 대부분 **‘권고사항’**에 머물러 있고,
현장 단속 인력이나 구조 대응 시스템도 육상 종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3-2. 해외 사례 비교: 중국, 일본, 미국
- 중국: 상괭이의 근연종인 ‘양쯔강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전용 보호구역과 번식센터를 설립하고, 어민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혼획을 사실상 제로화함.
- 일본: 해양포유류 보호법에 따라 해상조업 구역 제한과 핑어 장비 의무 설치를 시행 중.
- 미국: 고래 및 돌고래류 보호를 위한 연방 차원의 해양포유류보호법(MMPA) 제정 및 강제 단속 시행.
→ 한국은 아직도 ‘보호 의무’보다는 ‘공익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음.
4. 상괭이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 대안
4-1. 혼획 저감 장치 보급 의무화
PINGER, TED(Turtle Excluder Device) 같은 혼획 방지 장치는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보급률이 저조한 이유는 법적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설치 의무화와 함께 장치 비용 전액 지원 및 사후 모니터링 체계까지 포함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4-2. 해양보호구역 실효성 강화
‘해양보호구역(MPA)’ 지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정 이후 어업 제한, 선박 접근 통제, 위반 시 벌칙 규정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보호 효과가 있다.
제주 남방 해역의 경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대형 조업 선박이 그대로 통과하는 실정이다.
4-3. 대중 인식 개선과 교육 확대
많은 국민은 아직도 상괭이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학교 교육, 시민단체 캠페인, 미디어 다큐멘터리, SNS 릴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이 대상 생태 교육과 체험형 학습은 장기적으로 환경 보호 세대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 결론: 상괭이를 보호하는 것은 바다를 지키는 일
상괭이는 단순히 귀엽고 희귀한 동물이 아니다.
그들은 해양 생태계의 지표종이자 중간 포식자로서,
바다 생태의 균형을 지키는 핵심 존재이다.
그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먹이사슬 붕괴, 어장 자원 고갈, 인간 생존 기반의 약화를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상괭이를 위한 법적 보호 강화, 해양 쓰레기 감축, 혼획 방지 장치 보급, 대중 인식 개선이다.
이 모든 행동이 결국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바다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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